법무부 ‘가족관계등록법 개정안’에 의료계 반발
대개협 “이미 심평원에 보고, 행정편의적인 법안”
정부가 의료기관에 출생 통보 의무를 부여하는 방안을 추진하자 의료계는 “행정편의주의적”이라며 반발했다.
법무부는 지난 21일 의료기관 출생 통보 의무제를 도입하는 내용이 담긴 ‘가족관계등록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의료기관은 신생아가 태어나면 7일 안에 아이 성별과 산모 이름 등 출생 정보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보내야 한다. 심평원은 보고받은 내용을 7일 안에 지방자치단체장에게 알려 출생신고가 누락되지 않게 한다는 게 개정안의 취지다.
의료계는 “현실을 무시한 행정편의적인 법안”이라고 비판했다.
대한개원의협의회는 29일 “의료기관은 의료인이 환자를 진료하는 곳으로 나라의 행정업무를 담당하는 행정기관도 아니며 의료인은 공무원이 아니다”라며 이같이 말했다.
대개협은 “출생 신고를 위해서는 많은 개인정보를 다뤄야 되는데 이를 다룰 명분도 자격도 없으며 나아가 출생 당시 의료인이 이런 정보를 정확하게 확인할 수도 없다”며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소지가 있어 보인다”고 지적했다.
중복 규제라고 비판했다. 산부인과 의료기관은 건강보험 진료비 청구를 위해 모든 출생 사실을 심평원에 보고 하고 있다는 것이다.
대개협은 “정부도 이미 알고 있듯이 산부인과 병의원들은 모든 출생 사실을 심평원에 한달에 한번씩 청구 과정을 통해 보고 있다”며 “조금 더 노력을 들여 이를 이용했다면 이미 목적을 이뤘을 것이며 많은 아동이 권리를 보호받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개협은 “심평원이 자료를 갖고 있으면서도 다시 중복된 자료를 요구하며 무책임하게 나라가 할 일을 민간에 떠넘기며 손쉽게 처리하고자 법을 만든다는 게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대개협은 이어 “병의원이 동사무소 등 행정기관도 아닌데 의료인들이 환자 진료를 뒤로하고 출생신고에 몰두해 출산 7일, 14일을 세고 있도록 만드는 탁상행정의 대표적 발상”이라며 “생명이 위험한 응급 상황도 아니고 의료인들이 본연의 소임을 뒤로하고 법안이 요구하는 출생 7일, 14일이라는 보고 기한 제한에 급급하게 하는 것에 대한 합당한 설명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개협은 또 “각 의료기관에서 출생신고를 전담할 인력 확보가 불가능한 상황에서 출생신고 대행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오류 및 착오에 대한 책임 문제가 발생한다”며 “또 이로 인해 진료 방해와 차질을 초래할 수밖에 없다. 의료기관이 감당할 수 있는 범위를 벗어난다”고 했다.
대개협은 “의료기관 고유의 역할을 무시하고, 이미 출생신고 자료가 매달 심평원에 보고되는 상황에서 불필요한 중복적 행정업무만을 부담시키는 행정편의적, 비현실적 법률을 만든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도 동의할 수도 없다”며 “나라가 할 공무를 의료인에게 떠넘기는 이번 개정안을 강력히 반대한다”고 했다.
송수연 기자 soo331@docdocdoc.co.kr
기사입력 : 2021.06.30 06:0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