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정현철 약사회 부회장(비대면 진료 플랫폼 대응 TF팀장)
"당초 취지와 벗어나 산업 육성 초점… 약사 중재 역할 간과한 규제완화" 비판
[메디파나뉴스 = 이호영 기자] “비대면 진료 플랫폼 스타트업들로 인해 공적인 영역에 있는 보건의료 시장의 기조를 바꾸는 것은 안 되는 부분이다. 플랫폼들의 영리 추구를 국가가 인정해주게 되면 보건의료 시스템의 정체성이 흔들릴 수 있는 문제다.”
대한약사회 비대면 진료 플랫폼 대응을 위한 TF팀장을 맡게 된 정현철 대한약사회 부회장은 최근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비대면 진료 상시 허용을 위한 법개정 검토 의사를 밝힌 부분에 대해 이같이 성토했다.
정현철 부회장은 지난 19일 주요 현안관련 담당임원을 소집해 진행된 회의에서 비대면 진료 플랫폼 대응을 위한 TF팀장으로 선임되며 약사사회의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는 비대면 진료, 투약 관련 대응을 진두지휘하게 됐다.
정 부회장은 메디파나뉴스와 만나 “코로나19로 시작된 한시적 비대면 진료 허용 조치가 일상회복으로 가는 상황에서 여전히 중단되지 않고 있다”며 “가장 문제는 당초 취지와 벗어나 산업 육성 측면에서 이슈가 되고 있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정 부회장은 “약사회로서는 당장 비대면 진료 플랫폼들을 막는 부분부터 공적 전자처방전 도입을 비롯한 기술발전에 따른 약국 환경 변화를 어떻게 가져갈 것인가까지 전체적인 고민을 바탕으로 TF팀을 운영할 수밖에 없다”며 “정책, 약국, 정보통신 등 각 분야 위원회의 입장도 공유했고 대응책도 논의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비대면 진료 부분이 한시적으로 허용된 부분이라 중단돼야 한다는 점에 충분한 인식을 같이 했다”며 “보건복지부 장관을 만나서도 중단을 요청했었는데 인수위 쪽에도 고용의 유지에서 접근할 것이 아닌 건강권 차원에서 접근해야 하는 부분에 대해 의견을 전달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정 부회장은 그동안 의약품 관련 규제가 있었던 것이 공적 영역에서 다뤘던 부분인 만큼 산업 육성이나 일자리 등이 이슈가 된 규제 완화 추진 행보에 대해 우려를 나타냈다.
정 부회장은 “닥터나우를 비롯한 업체들은 영리를 추구하기 위해 시장을 개척하려는 업체다. 국가가 비대면 진료 등을 도입하는 문제는 국민들의 건강을 담보하는 국가의 운영 시스템을 결정하는 문제”라며 “당선인이 아직 자리잡지 않은 스타트업 기업을 방문한다고 해서 국민의 건강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시스템을 바꿀 수 있을 것이라고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한 정 부회장은 “대면진료를 원칙으로 해왔던 그간의 보건의료시스템은 비대면 진료가 갖고 있는 정보와 차등성이 있고 환자 건강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이 입증됐기 때문에 규제가 있던 것”이라며 “대면 투약이 비대면 투약에 비해 환자로부터 얻는 복약상담이나 약물 안전성을 평가하는 처방 감사가 잘 이뤄질 수 있기에 규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국가가 아무 고민 없이 산업 육성 차원에서 허용한다고 하면 약사회는 약사들의 업권이 아닌 건강한 의약품 사용을 위해 국민의 편에서 입장을 내는 것이 맞다”고 덧붙였다.
그는 “우리나라는 건강보험 시장의 약품 마진을 인정해주지 않고 의약품 유통에 있어 약국 인건비를 인정하지 않는다. 보건의료제도 근간을 공적인 영역으로 인정하기 때문”이라며 “역대 모든 정부가 건강보험료를 갖고 국민 전체의 의료, 약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데 스타트업 기업을 위해 보건의료 시장의 기조를 바꾸는 것은 안된다고 생각한다”고 호소했다.
이에 정 부회장은 “코로나 상황에서 호흡기질환, 진통제 등 약국에서 약을 구할 수 없는 혼란이 있었다”며 “약국은 혼란스러웠지만 우리 사회는 의약품으로부터 안전했고, 코로나19도 점차 극복하는 상황으로 이어졌다. 이 과정에서 관과하고 있는 것이 약사들의 중재역할이었다. 약국에서 해당 품목이 품절이어도 대체할 수 있도록 판매하고 있고, 그것도 없다면 대체제를 제안해 위기를 넘길 수 있었는데 우리 사회가 그걸 인정하지 않고 있다”고 토로했다.
아울러 정 부회장은 “한시적 비대면 진료의 목적과 수단이 바꼈다. 당초 허용했던 이유와 지금 유지하고자 하는 이유는 다르다. 산업을 육성하고 편리함을 위해 허용한 것은 아니다”라며 “코로나 팬데믹 상황에서 안전하게 만성질환자들이 의약품을 구입할 수 있게 하자고 했지만 여드름약, 비아그라 처방받고, 울산에 있는 의료기관에서 노레보정을 처방 받는다. 통계도 안잡혀 오남용되는지 알 수도 없다. 목적을 잃어버린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산업 육성 측면에서 이슈가 되고 있는 부분은 설득을 해야 할 것”이라며 “자연적으로 심각 단계가 내려가면 한시적 비대면 진료는 중단될 것이고 추후 법률 개정이 필요하다면 국회, 의료기관, 시민단체 등과 연계해 대응을 해야 한다”고 각오를 밝혔다.
대한약사회 비대면 진료 플랫폼 대응을 위한 TF팀장을 맡게 된 정현철 대한약사회 부회장은 최근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비대면 진료 상시 허용을 위한 법개정 검토 의사를 밝힌 부분에 대해 이같이 성토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