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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실손보험 청구간소화 토론회에서 반대입장 강조
“환자 보험갱신 및 가입 거절 증가에 악용소지 높다” 우려
민간 핀테크업체 주도로 자연적으로 형성 중인 실손 청구 시장에 주목 제안

[의학신문·일간보사=이재원 기자] 정부 규제 완화 기조에 맞춰, 보험업계와 국회의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법제화 목소리가 높아지는 가운데, 대한의사협회는 심평원을 중계기관으로 하는 현재의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발의안에 반대 입장임을 분명히 했다.

김종민 대한의사협회 보험이사(사진)는 14일 열린 실손보험청구간소화 국민비서 도입 국회 토론회에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을 중계기관으로 하는 형태의 실손청구간소화법안에 반대 입장을 강조했다.

현재 윤창현·고용진·정청래·배진교 의원안 등 6건의 실손청구 간소화 보험업법 개정안이 국회에 계류돼 있다. 실손보험 계약자와 피보험자가 요청할 경우 의료기관이 보험금 청구에 필요한 증빙서류를 전자적 형태로 보험회사에 전송토록 하고, 해당 업무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을 비롯한 전문중계기관에 위탁한다는 내용을 주요 골자로 한다.

의료계의 반대로 국회 정무위원회 등에 계류되어 있었으나, 새 정부 출범 이후 규제혁신을 강조하면서, 보험업계와 국회가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법안을 다시 강력하게 촉구하는 중이다.

이에 대해 김종민 의협 보험이사는 “의료계는 실손보험 청구간소화 서비스에 찬성한다”며 “실손보험 청구간소화에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공공기관인 심평원을 중계기관으로 해 의료기관에 보험사로서의 청구를 간소화하는 법안에 반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심평원이 중계기관으로 불합리한 이유에 대해 “심평원이 KT-EDI를 이용해 전국 9만 4천여개 의료기관과 연결되어 조기구축에 용이하다는 주장이 있으나, 이미 KT-EDI의 경우 시장에서 사장된 기술로서 대부분의 의료기관들은 전용선이 아닌 인터넷을 통해 진료비를 청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심평원의 소프트웨어 등을 이용할 수 있다는 주장도 건강보험 급여영역에 한정된 것이며, 비급여의 경우는 소프트웨어를 다시 구축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청구간소화를 위한 중계기관으로 지정되더라도 전용망을 사용하려면 청구망과 관련된 소프트웨어를 개발해야 하는 실정”이라고 덧붙였다.

또한 공공데이터 제공 및 이용 활성화에 관한 법률 제15조의 2에 위배된다는 지적도 제기했다. 해당 조항은 “공공기관의 장은 공공데이터를 활용해 개인, 기업, 또는 단체 등이 제공하는 서비스와 중복되거나 유사한 서비스를 개발, 제공해서는 안된다”고 명시하는데 심평원의 중계기관 참여가 법의 취지에도 위배된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 “환자 보험갱신 및 가입 거절 증가에 악용소지 높다”

김 보험이사는 “실손보험의 경우 상환제 방식을 적용하고 있어 의료기관은 보험금 청구와 지급에 관여되지 않는 구조임에도 불구하고 심평원 중심의 청구간소화 추진으로 의료기관에 청구의무를 강제하는 것은 상환제의 기본구조를 무시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한 현재의 실손보험 청구간소화를 강제 이행할 경우 결국 환자 보험갱신 및 가입거절 증가에 악용될 소지가 높다고 우려했다.

김 이사는 “소액 보험금 청구 증가에 따라 보험사 낙전수입이 감소하고, 환자의 보험금 청구에 대한 자기결정권이 침해될 것”이라며 “이후 보험금 지급이 증가하고, 환자의 진료정보 집적을 통해 환자 개인별 상태파악이 용이해진다. 궁극적으로 환자 보험갱신 거절과 가입거절이 증가해 환자피해로 이어질 것이 자명하다”고 말했다.

김 이사는 “의료계는 심평원 등 공공기관을 중계기관으로 지정하지 않고, 정보집적과 심사기전이 없는 민간 주도형태의 실손보험 가입자 청구에 대한 자기결정권이 보장되는 진정한 의미의 청구간소화 서비스를 원한다”며 “이미 민간 핀테크 서비스를 통해 데이터 저장없이 순수하게 데이터 전달만 수행이 일어나고 있다”고 덧붙였다.

민간핀테크사 청구 숫자도 증가하는 등 법제화 없이도 청구간소화 관련 자연적인 시장이 형성중인 것을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한편, 이날 ​국민의힘 윤창현 의원은 실손보험청구 간소화 제도화를 위해 8개 이해관계자가 참여하는 협의체를 제안했다. 금융위원회, 보건복지부, 의사협회, 병원협회, 의협 추천 소비자단체, 금융위 추천 소비자단체, 생명보험협회, 손해보험협회가 참여하게 되는 형태다.

그는 “실손비서의 공급자인 의료계와 수요자 대표자인 소비자단체들이 직접 머리를 맞대고 논의를 진행하자”며 “합의 내용을 국회가 수용해 법안으로 만들어 내는 방식의 전환을 제안한다"고 말했다.

이재원 기자 jwl@bosa.co.kr

기사입력 : 2022.11.14 11: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