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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심뇌혈관질환법 중복 지적하며 별도 법안 제정 ‘신중검토’ 의견
전문가 “심뇌혈관질환법상 당뇨병은 배경 질환 중 하나로 명시”
이명수 의원 “빠르게 보완해 처리할 것”

▲ 전문가들은 심뇌혈관질환법상 당뇨병은 심뇌혈관질환의 배경 질환 중 하나로 명시된 것에 불과해 별도의 법안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사진=DB)

[메디컬투데이=이재혁 기자] 노인을 위주로 한 기존 정책의 사각지대에 놓여진 젊은 당뇨병환자를 지원할 새로운 법안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최근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발표한 당뇨병 진료현황을 살펴보면 젊은 환자의 증가세가 심상치 않다. 2017년 2만4117명이던 20대 당뇨병 진료인원은 2021년 3만7916명으로 4년만에 57.2%가 늘었다. 연평균 증가율은 12%다.

같은 기간 10대와 30대 진료 인원도 연평균 7.1%, 5.9%씩 늘었다. 10대 환자는 8470명에서 1만1132명으로 31.4%, 30대 환자는 9만2035명에서 11만5712명으로 25.7% 증가했다.

이렇게 40세 미만 젊은 성인에서 생기는 당뇨병(2형)을 ‘젊은 당뇨’라 부른다. 1형 당뇨는 췌장에서 인슐인을 전혀 만들지 못하는 경우며, 2형 당뇨는 인슐린이 나오더라도 부족하거나 제대로 기능을 하지 못해 혈액 내 포도당 농도가 높아진다.

고려대 안암병원 내분비내과 배재현 교수는 지난해 질병관리청 ‘주간 건강과 질병’에 기고한 보고서에서 2020년 기준 20대와 30대의 당뇨병전단계 유병률이 각각 16.6%와 30.8%인 점을 고려했을 때 향후 젊은 층 당뇨병 환자의 규모가 더욱 커질 것이라고 짚었다.

문제는 젊은 2형 당뇨병은 질환의 진행이 빠르고 합병증이 조기에 발생할 수 있다는 것. 젊은 2형 당뇨병 환자들은 인슐린저항성과 함께 췌장의 베타세포 기능이 빠르게 감소한다.

환자들은 이러한 병태생리와 함께 오랜 유병 기간 등으로 인해 늦은 나이에 발병하는 2형 당뇨병 환자들보다 미세혈관 합병증과 대혈관 합병증이 이른 나이에 심한 형태로 나타나고 조기 사망의 위험이 증가한다.

배 교수는 기고문에서 “젊은 2형 당뇨병 환자들의 예후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위험군을 선별해 조기에 진단하고, 진단 후에는 혈당을 포함한 심혈관 위험인자들을 적극적으로 관리하며, 합병증의 발생을 감시해 당뇨병합병증의 진행과 사망률을 줄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국회에서도 증가하는 젊은 당뇨병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관련 입법에 나섰다. 국민의힘 이명수 의원은 지난 2021년 10월, 0세부터 34세까지의 젊은 당뇨병 환자들을 지원하고 처우를 개선하는 ‘소아‧청소년‧청년 당뇨병 환자 등 지원에 관한 법률안’을 발의한 바 있다.

해당 법안은 젊은 당뇨병 환자 등에 대한 차별·배제를 금지를 비롯해 ▲관리종합계획 수립과 지원정책심의위원회 설치 ▲연구개발과 조사통계사업 ▲예방관리와 교육·홍보 ▲지자체별 지원센터 설립 ▲19세 미만 환자와 저소득층 환자 대상 혈당관리 비용지원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그러나 법안 검토보고서를 살펴보면 정부는 법 제정에 회의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신중검토 의견을 밝힌 보건복지부는 이미 ‘심뇌혈관질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대상에 당뇨병이 포함돼 있으며, 여기에 당뇨병 예방관리에 대한 사항이 들어있다는 입장이다.

기획재정부 역시 소아, 청소년, 청년을 포함해 당뇨병 환자에 대한 지원을 다른 법률에서 이미 규정하고 있어 별도 법안 신설의 실익이 없다고 판단, 신중검토 의견을 내비췄다.

아울러 소아·청소년·청년 당뇨병 환자만을 대상으로 한 법률 제정 시 관리 비효율이 발생할 수 있고, 환자간 형평성 문제도 우려된다는 것이 복지부와 기재부의 공통된 견해다.

이처럼 사실상 정부의 반대의견과 함께 ‘젊은 당뇨환자 지원법’은 발의된지 1년이 넘도록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 계류된 채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반면 전문가들은 법안 제정을 촉구하고 있다. 국민의힘 이명수·최재형·서정숙 의원, 더불어민주당 전혜숙 의원과 대한당뇨병연합이 지난 1일 개최한 토론회에서는 ‘젊은 당뇨환자 지원법’의 필요성이 재차 강조됐다.

발제자로 나선 대한내분비학회 박석오 일차임상진료이사는 “사실 노인분들과 아주 어린 아이들에겐 비교적 보장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다”며 “그 중간에 끼어 있는, 상대적으로 환자 수도 적고 지원 대책이 부재한 이들을 어떻게 해결할까 하는 고민의 발로에서 법안이 발의가 된 것”이라고 언급했다.

그는 당뇨병이 약 처방만으로 해결이 되지 않는 질환이란 것을 고려해 여러 전문가들이 함께 환자를 지원할 수 있는 센터 개념의 조직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박 이사는 “실제 당뇨병에 대해 관심과 열정을 가질 수 있는 내분비내과 전문의, 의사, 간호사, 임상영양사, 사회복지사 등 이런 분들이 지원하는 시스템과 예산이 뒷받침돼야 환자를 위한 맞춤형 정책이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제언하며 모법의 필요성을 피력했다.

김대중 대한내분비학회 보험이사는 젊은 당뇨병 환자들은 당장 심뇌혈관질환과 크게 관련성이 없으며, 이들을 취약계층과 같은 느낌으로 바라봐야한다고 지적했다.

김 이사는 “심뇌혈관질환법에 당뇨병은 심뇌혈관 질환을 예방하기 위해 관리하자는 개념으로 포함돼 있다”며 “그러다 보니 젊은 당뇨병에 대해선 정부와 건강보험의 지원 프로그램이 잘 짜여져 있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훨씬 더 세심한 배려와 교육과 관리와 정성이 필요하다”며 “우리의 건강보험 시스템은 약을 주고 진찰을 하는 방식이지 젊은 당뇨병 환자를 세심히 배려 할 수 있는 교육 상담이나 관리면에서는 상당히 부족한 것이 현실”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김 이사는 “법안을 만들 때 기존 심뇌혈관질환법 조문들의 틀을 많이 사용했기 때문에 유사해 보이지만 법안 발의 취지는 전혀 다른 각도의 내용”이라며 “한 번 더 검토해달라”고 전했다.

다만 곽순헌 복지부 건강정책과장은 “기존 법안에 없는 차별 배제와 의료비 지원 등 지원 정책 필요성에 대해서는 전적으로 공감한다”면서도 “심뇌혈관질환법과의 중복성 문제는 법안 심사 과정에서 논의가 될 것. 이에 대한 준비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곽 과장은 “종합계획 수립, 위원회 마련, 연구 및 예방 사업, 역학조사 등에서 중복된다”며 “심뇌혈관질환법의 개정 법률로써 기존에 못 담고 있던 것들을 추가 조항으로 넣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겠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법안을 발의한 이명수 의원은 “심뇌혈관질환법의 당뇨병은 예방·관리 차원의 의미지 당뇨병 전반에 관한 것이 아니다”라며 “보건복지위원회가 아닌 다른 상임위에 있지만 빠르게 보완해 처리하도록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메디컬투데이 이재혁 기자(dlwogur93@mdtoday.co.kr)

기사승인 : 2023-02-09 07:57: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