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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행까지 한 달도 남지 않았으나 국민 인식 부족...시행 초기 의료기관 혼란 예상
본인확인 누락 후 청구시 환수 가능성에 과태료 부과..이중규제 의료기관 부담
개원가 단체, 제도 비판 후 본인확인시 의료기관 개입 최소화 할 전산시스템 마련 촉구

[의학신문·일간보사=이재원 기자] 의료기관 본인확인 의무제도 시행이 임박한 가운데, 시행 초기 혼란에 대한 부담을 의료기관이 고스란히 지게 된다는 지적이 나오는 중이다.

여기에 담당 기관인 국민건강보험공단(이하 건보공단, 이사장 정기석)의 홍보부족과 부주의시 청구액 환수와 과태료 부과라는 이중규제까지 문제가 되고 있다.

오는 5월 20일부터 국민건강보험법 제12조 4항에 근거 ‘요양기관 본인확인 강화제도’가 시행된다. 건강보험 자격이 없거나, 타인명의로 건강보험증 등을 대여·도용하는 부정수급 사례가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어, 이를 사전 예방하기 위한 목적이다. 지난해 5월 국민건강보험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함에 따라 실시됐다.

이에 따라 의료기관을 방문한 환자는 본인 확인이 가능한 신분증(주민등록증, 운전면허증, 여권, 장애인등록증, 외국인등록증, 모바일 신분증, 건강보험증, 모바일 건강보험증 등)을 제출해야 한다. 본인확인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다만 본인확인 예외 대상으로는 △19세 미만 사람에게 요양급여를 실시하는 경우 △해당 요양기관에서 본인 여부 및 그 자격을 확인한 날로부터 6개월 이내 진료 △의사 등 처방전에 따라 약국 약제를 지급하는 경우 △진료의뢰 및 회송 받는 경우 △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제2조제1호에 따른 응급환자 △본인여부 및 그 자격을 확인하기 곤란한 사유로 보건복지부장관이 정하여 고시하는 경우 등이다.

그러나 부정수급 단속을 명목으로 시행되는 요양기관 본인확인 제도가 그로 인해 발생하는 시행 초기 혼란과 각종 의무는 의료기관에 떠넘긴다는 불만이 적지 않다.

특히 2차병원과 소규모 의원들은 환자들과 실랑이를 크게 우려하는 중이다. 대한개원의협의회는 최근 성명을 통해 “시작 당일에는 의료기관 현장에서 실랑이가 벌어질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고 지적했다.

제도 시행과 관련해 세부적인 관련 지침이 없는 것도 문제다. 대개협은 “의료기관에서 일일이 환자들에게 신분증 들게 하고 머그샷을 찍으라는 건지, 차트에 확인 사실만 기록하면 된다는 건지, 아니면 지문 조회라도 해야하는지 도대체 기초적인 지침도 없다”고 꼬집었다.

특히 국민 이용이 많은 외래진료에서 가장 큰 부분이 변경되는 것임에도 대국민 홍보가 부족한 점을 개원가 단체들은 입모아 비판했다. 대개협은 “5월 20일 시행일에 얼마나 많은 국민이 의료기관에 오면 신분증을 제시하여야 된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을지 의문”이라며 “대국민 홍보조차 전무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대한이비인후과의사회도 “요양기관 본인확인 강화제도에 대한 홍보가 전혀 이뤄지지 않아 국민이 제도자체를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 현장의 혼란은 의료기관이 감내하게 될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현재 본인확인 제도를 담당하는 기관은 국민건강보험공단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 보험급여실 산하로 요양기관자격본인확인제도 추진부가 TF형식으로 마련되어 있다. 그러나 외래 진료시 제도의 큰 부분이 바뀜에도 유튜브 동영상을 4편을 업로드 한 것을 제외하고는 눈에 띄는 홍보는 체감되지 않는 상태다. 29일 기준 4편의 조회수를 합쳐도 1만회를 넘지 않는다.

모바일 건강보험증 설치 및 활용에 대한 안내 동영상이 있긴 하나, 노년층 환자들이 얼마나 인지하고 사용할 지도 미지수다. 개원가 단체 관계자는 “실질적으로 정보 활용을 어려워하는 노년 환자들의 경우 오히려 의료기관에서 모바일 건보증 어플 다운을 설명해줘야 할 수도 있다”며 “이와 관련된 설명 수가 같은 것을 주지 않을거면서 책임은 의료기관에 전가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본인확인을 누락한 후 급여로 청구할 경우 발생할 부당청구 환수와 과태료 부과라는 이중규제도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3월 건강보험법 시행규칙 일부개정령안을 입법예고했다. 당시 예고된 시행규칙에 따르면 환자 본인여부를 확인하지 않을시 1차 30만원, 2차 60만원, 3차 100만원으로 과태료가 부과된다. 과태료 외에 부당청구로 취급되어 환수될 가능성도 높다. 이 경우 이중규제인 셈이다.

한 개원가 단체 임원은 “본인확인을 하지 않은 채 청구하는 사례가 시행 초기 분명히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며 “과태료 부과에 유예기간을 두거나 사후에 확인할 경우 부당청구로 인한 환수를 하지 않는 등 의료기관 부담을 완화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비인후과의사회는 “국가와 국민건강보험공단이 해야 하는 개인 신분 확인 일을 의료기관에 멍에 지우고, 불법 수급자가 받아야 할 과태료를 의료기관에 부여하는 것은 법의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며 “의료기관의 부담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본인확인을 위한 새로운 전산 시스템을 도입하고, 국가가 보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재원 기자 

기사입력 2024.04.30 06: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