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정보

10일, 의료개혁특위 2차 회의 개최
상급병원, 중증·필수의료 집중···경증환자 가면 본인 부담↑
'필수의료 수가' 집중 인상···'의료사고 안전망'도 강화

앞으로는 인턴과 레지던트 등 전공의들이 상급종합병원 등 대형병원 뿐만 아니라 지역 종합병원이나 의원에서도 수련을 받을 수 있게 될 전망이다.

환자들의 '대형병원 쏠림' 현상을 없애기 위해 의료기관들이 환자의 질환과 중증도에 따라 역할을 분담·협력하는 의료 공급체계도 구축된다.

필수의료 분야의 의사 부족 현상을 완화하기 위해 수가 보상체계 개편을 통해 필수의료 분야의 수가도 인상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1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의료개혁특별위원회 제2차 회의를 열고 "전공의가 상급종합병원, 지역종합병원, 의원에서 골고루 수련할 수 있도록 의료기관 간 협력 수련체계를 구축하겠다"며 "수련 중 지역·필수의료 교육을 강화하는 방안을 마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전공의들이 상급종합병원에서 도제식으로 수련을 받으면서 과도한 근무에 시달리고, 병원은 전공의들에게 지나치게 의존하는 현행 수련체계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취지에서다.

전공의의 수련환경 개선 및 지위 향상을 위한 법률상 수련병원은 보건복지부 장관이 의료기관, 의과대학, 의학전문대학원, 보건관계기관 중 지정하도록 돼 있다. 현행 법체계에서도 다양한 의료기관이 수련병원 역할을 할 수 있는 셈이다.

특위는 의원 등 1차 의료기관까지 연계된 수련 프로그램의 구체적 방안을 마련할 예정이다.

노연홍 특위 위원장은 "현재 대학병원에서 수련을 거친 전문의 과반이 지역 중소병원이나 의원에서 근무하지만, 상급병원과 중소병원, 의원은 환자군과 진료 내용이 달라서 현재의 수련체계로는 실제 현장에 맞는 다양한 역량을 키우는 데 어려움이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1∼3차 의료기관에 걸친 수련의 다변화는 중증 진료만 배우는 것이 아니라, 전공의가 실제 현장에서 필요한 다양한 의료 경험을 쌓을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특위는 수련체계 개편이 단시간에 이뤄지기 어려운 점을 감안해 전공의들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상급종합병원을 점차 전문의 중심으로 바꾸는 방안도 집중 검토한다. 수련체계 개편에 따른 비용은 정부 재정으로 지원할 계획이다.

복지부 수련환경평가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3월 기준으로 단일 전문과목 수련병원 등을 모두 포함한 전체 수련병원은 모두 248곳이다. 이들 중 서울시내 주요 상급종합병원인 '빅5' 등 주요 100개 병원에 전체 전공의 1만3000여명의 95%가 근무해왔다.

근로시간 단축 등 국가 차원의 전공의 수련·교육 계획도 수립하고, 병원별 수련환경 평가를 강화해 수련병원 지정 및 전공의 배정에 반영하는 방안도 마련할 방침이다.

노 위원장은 "전공의들이 의료 현장에 복귀하지 않는 현재 상황을 고려해 전공의 업무환경을 최우선으로 획기적으로 개선해야 한다는 데 대다수 위원이 뜻을 모았다"며 "위원들은 주당 총근로시간을 80시간에서 60시간으로, 연속근무를 36시간에서 24시간으로 단계적으로 (줄이는) 목표를 설정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하게 의견을 제시했다"고 전했다.

특히 정부는 의료기관이 환자의 질환과 중증도에 맞춰 명확히 역할을 분담하고 협력하는 의료 공급체계를 구축하기로 했다. 

환자들이 중증도에 관계 없이 대형병원부터 찾아가는 기형적인 상황에서 벗어나려면 의료기관별로 역할을 명확히 구분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상급종합병원 등 3차 의료기관은 중증·필수진료 기능에 집중하고, 2차 의료기관은 △응급·중증진료 역량을 갖추고 다양한 수술을 하는 '포괄 종합병원' △특정 중증질환 진료에 강한 '특화 강소병원' △아급성(급성과 만성의 중간) 진료 중심의 '회복기 병원' 등으로 기능을 나눠 육성하기로 했다.

경증 환자나 2차급 병원 의뢰서가 없는 환자가 상급종합병원을 이용할 경우 본인 부담을 높이고, 의뢰서도 종이가 아닌 의사의 명확한 소견을 포함한 전자의뢰서로 단계적으로 전환하는 방안도 검토한다.

이와 함께 정부는 필수의료 분야의 '의사 이탈' 현상을 막기 위해 수가 보상체계 개편에도 나선다.

앞서 정부는 오는 2028년까지 필수의료 분야에 10조원 이상을 투입하겠다고 예고한 상태다.특위는 앞으로 보상 강화 대책의 구체적인 추진방안 논의와 함께 보상체계 개편을 검토하기로 했다.

수가 개선이 필요한 항목 가운데 우선 순위가 높은 항목을 먼저 개선하고, 의료비용 분석조사를 기반으로 저평가된 필수의료 분야의 수가를 집중적으로 인상하겠다는 게 정부의 복안이다.

현행 의료기관 종별 가산금(7000억원)과 의료 질 평가 지원금(8000억원), 적정성 평가 지원금(300억원)을 통폐합해 기계적 종별 가산이 아닌 '기능 중심 보상'으로 보상체계를 단계적으로 전환하는 방안도 마련한다.

진료량을 늘리는 게 아니라, 중증도에 맞는 환자를 효과적으로 진료하면 높은 평가를 받을 수 있도록 평가 체계도 전면 재정비하기로 했다.

노 위원장은 "상급종합병원에서 진료받는 환자들의 50% 이상이 경증 또는 중등증(중증과 경증의 중간) 이하의 환자인 상황을 타개하려면 상급종합병원이 중증 진료에 집중하도록 보상체계를 전면 개편해야 한다"며 "구체적으로는 상급종합병원이 중증 환자 진료에 집중할 때 수익이 늘고,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수익이 줄도록 보상체계를 재설계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아울러 정부는 의료사고 안전망 강화를 위해 의료분쟁 조정·중재 제도 혁신도 추진한다.

우선 분쟁 조정절차 개시 요건을 확대하고,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의 위원에 대한 공정성과 전문성을 높이기로 했다. 중재원에 따르면 2019년~지난해까지 접수된 조정신청 1만1407건 가운데 34%인 3881건이 '각하'로 끝났다.

정부가 올해 2월 마련한 의료사고처리특례법에서 환자 권익 증진과 의사 보호를 조화시키는 방안도 모색한다.

필수의료 진료과 중심으로 의료사고 보험료 지원을 검토하고, 피해자 소통·상담, 의료기관 안전관리를 지원할 '의료기관 안전공제회'(가칭) 기능과 역할도 구체화한다.

특위는 이 같은 개혁과제를 구체화하기 위해 산하에 △의료인력 △전달체계·지역의료 △필수의료·공정보상 △의료사고안전망 등 전문위원회를 두기로 했다.

노 위원장은 "정부·의료계·국민 간 신뢰 형성을 위한 첫걸음으로 필수·지역의료 강화를 위한 우선 개혁과제를 신속히 구체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정부는 공문과 개별 연락을 통해 의협과 대한전공의협의회에 특위 참여를 요청한 데 이어 이날도 참여를 촉구했다. 앞서 정부는 의협과 전공의들에게도 특위 참여를 요청했지만, 의협 등은 이날 회의에도 참석하지 않았다.

노 위원장은 "특위 논의는 초저출생과 초고령사회라는 거대한 시대 전환 속에서 대한민국 보건의료의 틀을 다시 짜고 향후 20∼30년의 의료정책 방향을 결정하는 매우 중요한 작업"이라며 "의료 현장을 대표하는 의협과 대전협이 개혁의 동반자로서 특위 논의에 조속히 참여해 주실 것을 당부드린다"고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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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미현 기자

기사입력 2024.05.10 19: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