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정보

法, "환자 병력 제대로 확인 안 해"···금고형 집유 선고
의료계 "사실상 대안 없는 구토 치료제···과도한 처벌"
"방어 진료 심해질 것···필수의료 기피 현상 심화" 우려

파킨슨병 환자에게 투여가 금지되는 약물인 '맥페란'을 처방한 혐의로 기소된 의사에게 1심에 이어 2심에서도 금고형이 선고되자 의료계가 들끓고 있다. 

이번 판결이 의사들의 '방어진료'를 부추길 뿐만 아니라, 나아가 필수의료를 더욱 기피하게 만드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란 이유에서다.

최근 창원지법은 파킨슨병 환자에게 맥페란 주사액을 투여해 증상을 악화시킨 혐의(업무상과실치상) 혐의로 기소된 의사 A씨의 항소심에서 1심과 마찬가지로 금고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A씨는 2021년 1월 경남 거제시의 의원에서 파킨슨병 환자인 80대 B씨에게 구토 치료제인 맥페란 주사액 20㎖를 처방했다가 전신 쇠약, 발음장애와 함께 B씨의 파킨슨병 증세를 악화시킨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맥페란은 파킨슨병 증상을 악화시킬 수 있어 파킨슨병 환자에게 투여가 금지되고, 고령자에게는 신중한 투여가 권고되는 약물이다.

1심은 "A씨가 환자의 병력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과실로 인해 상해의 결과가 발생했음을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며 A씨의 혐의를 유죄로 판단했다. 

2심도 마찬가지였다. 재판부는 “A씨는 고령인 피해자를 문진하면서 내원 이유를 물었을 뿐 파킨슨병 등 피해자의 기왕력(병력)에 대해서는 질문하지 않았다”며 A씨가 업무상 주의의무를 다하지 않았다고 봤다.

하지만 의료계에서는 A씨에 대한 처벌 수위가 지나치게 높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맥페란이 파킨슨병 환자에겐 투여가 금지돼 있지만 위장관 운동 조절, 소화불량, 구토 등의 소화기증상 개선제로 매우 흔히 사용되는 약물일 뿐만 아니라, 부작용이 없는 약은 없다는 것이다.

좌훈정 서울시의사회 부회장은 “이대목동병원 사건이나 횡경막탈장 사건 등은 대형병원이나 응급실, 중환자실에서 벌어진 사건으로 1차 의료기관과는 거리감이 있었지만, 맥페란 사건의 경우 의사라면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며 “맥페란은 부작용이 큰 약이 아닌 흔하게 사용되는 약물이며, 어떤 약이건 부작용이 없는 약은 없다”고 말했다.

그는 “멕페란이 파킨슨 환자에게도 ‘절대 금기’ 약은 아니다. 경우에 따라 필요하면 사용할 수 있는 약물인데, 문진이 미흡했다거나 부작용에 대해 충분히 고려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처벌하는 것은 지나치다”며 “결국 의사들은 앞으로 이 약물을 사용하지 않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특히 좌 부회장은 “결국 법원의 과중한 처벌은 필수의료의 기피 현상을 가중시키고 의사들은 조금이라도 위험성이 있는 행위를 기피하게 될 것”이라며 “결국 환자들의 치료 기회가 줄어드는 현상이 벌어질 수밖에 없고, 이는 환자에게 불이익으로 돌아가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의료 현장을 이해하지 못한 법원 판결로부터 회원들을 보호하기 위한 시스템을 대한의사협회나 서울시의사회 등 의료계 단체들이 갖춰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임현선 서울시의사회 부회장은 “노인들의 경우, 여러 약제를 복용하는 경우가 많고, 환자 본인이 무슨 질병이 있는지, 심지어 어떤 약을 먹고 있는지 기억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며 “20~30년간 병원에 다닌 환자도 새로운 질병이 추가되는 등 일일이 다 체크하기 어려운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흔치 않은 부작용으로 환자의 질환이 악화된 것은 안타깝지만, 단순히 의사의 책임이나 과잉진료로 보고 처벌한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의료소송을 피하기 위해 가뜩이나 의사들이 '위축진료'를 하고 있는데, 이번 판결로 방어진료가 더욱 심화되는 것은 물론, 맥페란을 대체할 만한 구토억제제 약물도 없는 만큼 환자들이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임 부회장은 “이번 판결 이후 회원들 사이에서는 법적인 절차에서 ‘의료감정’이 제대로 이뤄질 필요가 있다는 의견들이 많다”며 “의료소송에서 의료감정이 중요한 만큼 의협과 서울시의사회가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대중 아주대병원 교수는 자신의 SNS을 통해 “앞으로 의사 생활이 어렵겠다. 주의의무라는게 참 어려운 얘기”라며 “약물 관련 부작용, 이상반응은 정말 많이 일어나는데 약물의 금기사항이나 주의할 사항을 잘 알고 처방하는 것은 물론, 부작용이 걱정돼 약을 쓰지 않는 것도 쉽지 않다”고 언급했다. 

그는 “처방약과 파킨슨병의 일시적 악화과 인관관계가 성립한다 해도 형사소송이 벌어지고 금고형을 받을 만 하지는 않다"며 "고의성이 없지 않냐, 구토하는데 항생제를 주다 사고는 것도 아니것도 아니고. 항상 약을 쓸 때 주의해야 하는데 부작용이 생겼다고 형사처벌을 가한다면 방어적 진료를 할 수 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많은 의사들이 자신의 SNS를 통해 "앞으로 '속이 메스껍다, 울렁거린다'고 호소해도 맥페란을 처방받기 힘들어지겠다"거나 "맥페란 처방낼 때 마다 긴장된다", "맥페란은 퇴출시키면 좋을 것 같다", "처방하다 부작용 나면 '판결도 못봤냐'고 할까봐 처방 안하기로 했다"는 등 앞으로 맥페란 처방을 피할 것이란 의견이 이어지고 있다.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장도 “앞으로 병의원에 오는 모든 구토 환자에게 어떤 약도 쓰지말라”며 “당신이 교도소에 갈 만큼 위험을 무릎쓸 중요한 환자는 없다. 앞으로 병원에 오는 모든 환자에 대해 매우 드불게 부작용 있는 멕페란, 온단세트론 등 모든 항구토제를 절대 쓰지 말라”고 당부했다. 

의사 출신인 개혁신당 이주영 의원도 “맥페란은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급여 기준에서 쓸 수 있는 거의 유일한 항구토제로, 대부분의 병의원에서는 사실상 매일 처방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했다. 

그는 “우리나라 의료 현장의 현실을 볼 때는 환자가 자세히 답변해 주지 않으면 현실적으로 모든 병을 하나하나 열린 질문으로 다 확인하기는 어려운 부분이 있다”며 “우리나라에서는 맥페란 외에는 급여로 처방 가능한 다른 선택지가 없다. 정상적이고 다른 대안이 없는 진료 행위에 대해 이것을 상해로 규정하고 실형을 선고한 것은 과한 처벌이라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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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미현 기자

기사입력 2024.06.16 20: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