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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보험 지출 증가 요인과 시사점’ 연구결과 발표
"의원·외래 가격 인상이 건보 지출에 가장 큰 영향"
“행위별수가제, 묶음·포괄 등 성과 기반 지불제로 가야”

한국개발연구원(KDI)는 '건강보험 지출 증가 요인과 시사점' 연구를 통해 우리나라 건강보험 지출 증가의 가장 큰 요인으로 의원급 의료기관과 외래서비스 가격 요인을 꼽았다(사진출처: 게티이미지).

의원급 의료기관과 외래서비스가 제공하는 진료비 가격 인상이 우리나라 건강보험 지출 증가를 견인하는 가장 큰 요인으로 꼽혔다.

한국개발연구원(KDI)는 21일 이같은 내용을 담은 ‘건강보험 지출 증가 요인과 시사점’ 연구 결과를 발표하며, 건보 지출 증가 해결을 위해 행위별 수가제를 묶음·포괄수가 등 성과 기반 지불제도로 개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KDI는 우리나라의 GDP 대비 경상의료비 지출이 2022년 9.4%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을 넘어섰으며, 건강보험 재정지출 증가율이 우리나라 중앙정부 재정지출 증가율의 2배 를 상회하는 등 의료비 지출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때문에 건강보험 재정 지속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계속되고 건강보험 재정지출 관리가 시급한 상황에서 재정지출 증가를 통제 또는 관리하는 장치는 마련되지 않은 상태라고 했다.

그러면서 건강보험 지출 효율화 노력이 없인 보험료를 인상하거나 증세를 통해 국고 지원을 확대하는 것에 대해 국민을 설득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특히 보험료는 납부하면서 건강보험 혜택은 적게 받는 젊은 세대들을 설득하기 어렵다고 봤다.

이에 KDI는 건강보험 진료비 지출 증가 요인과 변화를 확인하고 건강보험 재정지출 관리방안을 제안하기 위해 해당 연구를 진행했다. 연구는 2009년을 기준연도로 설정해 2009년 대비 각 연도마다 ▲가격 ▲수량 ▲인구 등의 요인 영향력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확인했다.

연구결과 건강보험 재정지출 증가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가격 요인이었다. 2009년부터 2019년 사이 건강보험 진료비 지출 증가의 76.7%는 가격 요인, 14.6%는 수량 요인, 8.6%는 인구 요인이었다.

KDI는 “보통 고령화를 가장 중요한 건강보험 재정지출 증가 요인이라고 인식하고 있는데, 사실은 의료서비스 가격이나 이용 증가에 비해 인구 요인의 영향력은 상대적으로 낮았다”며 “결국 가격 요인에 대한 점검이 효과적인 건강보험 재정지출 관리를 위해 우선돼야 함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KDI는 가격 요인 변화를 자세히 확인하기 위해 건강보험 진료비를 외래서비스와 입원서비스로 나누고, 상급종합병원·종합병원·병원·의원 등 의료기관 종별로 나눠 각 요인이 진료비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봤다.

분석결과 외래서비스 가격 요인이 건강보험 진료비 지출 증가의 38.7%를 차지해 가장 큰 영향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외래서비스 가격 요인이 확대되는 이유로는 ▲고비용 서비스 증가 ▲진료 강도 변화 ▲수가 상승 등을 꼽았다.

의료기관 종별 진료비 지출 분석에서는 의원급 의료기관의 가격 요인 증가가 2019년 건강보험 진료비 지출 증가의 24.9%를 차지해 가장 큰 영향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KDI는 의원급 의료기관에서 수가상승률이 다른 종별 의료기관보다 더 가파르게 상승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구체적으로 의원급 의료기관의 2009년부터 2019년 사이 수가상승률은 28.4%인 반면 같은 기간 병원급 의료기관 수가상승률은 18.1%라고 밝혔다.

인구 요인은 가격 요인이나 수량 요인에 비해 건강보험 진료비 지출 증가에 대한 영향이 상대적으로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KDI는 고령화 영향력이 하락하는 이유에 대해 건강한 고령화 가능성을 언급했다.

KDI는 이같은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결국 건강보험 재정지출 증가를 주도하는 것은 가격 요인”이라며 “특히 외래서비스나 의원급 의료기관의 가격 요인 지출 증가 영향이 가장 높기 때문에 이에 대한 관리가 우선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가격 요인 관리를 위해 현행 행위별 수가제 지불제도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라며 “가격 요인의 영향 확대가 수가 상승과 더불어 고비용 의료서비스 이용 증가나 의료서비스 과잉에 의한 부분이 있다면 이에 대한 관리도 우선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특히 KDI는 의원급 의료기관이 ‘주치의’로서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기 위해서라도 행위별 수가제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지불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했다.

KDI는 “우리나라는 의료전달체계가 확립되지 않아 의원급 의료기관도 상급의료기관들과 경쟁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이로 인해 과잉진료나 고비용 의료시버스가 의원급 의료기관에서 공급되는 양상을 확인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의원급 의료기관이 주치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는 것을 지원하기 위해서도 행위별수가제에 전적으로 의존한 지불제도 개선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이를 위해 예방이나 관리 등 포괄적 기능에 대한 보상, 성과기반지불제도 도입 등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KDI는 또 당뇨병 환자를 예로 들면서 지금처럼 진단, 처방, 검사 등 모든 행위에 수가를 줄 것이 아니라 당뇨병 환자를 총괄 관리하기 위한 예방, 관리, 컨설팅 등을 포괄하는 행위에 ‘묶음 지불제도’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묶음 지불제도에 대한 의료계 내 반대에 대해서는 “행위별 수가제를 완전히 벗어날 수는 없지만 만성질환이 증가하고 과거와 질병 구조가 변화하는 측면에서 묶음, 포괄수가제 등 성과 기반 지불제도가 필요하다는 이야기”라고 피력했다.

KDI는 행위별수가제 개선 외 비용효과성이 높은 예방적 의료서비스에 대한 건강보험 급여 지원을 확대하는 것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곽성순기자

기사입력 2025.04.21 12: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