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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 판매·오남용 사례 '다수'…수면병원 운영한 의사 실형

전신마취 유도제인 에토미데이트가 마약류로 지정될 가능성이 커지면서 유일한 국내 유통 품목인 ‘에토미데이트리푸로주’가 시장에서 철수될 전망이다.

23일 의약품안전나라 등에 따르면 제조사인 비브라운코리아는 지난 21일 자로 “연내 판매계약 종료 이후 추후 재계약 혹은 신규계약의 진행 여부가 불투명한 상태”라며 공급 중단을 식품의약품안전처에 공식 보고했다.

에토미데이트리푸로주는 현재 국내에서 유일하게 허가된 에토미데이트 성분 주사제로, 마취 유도제 중에서도 빠른 의식 상실 유도 효과로 응급 수술 및 산부인과 등에서 사용되어 왔다.

하지만 최근 불법 사용과 오남용 사례가 연이어 발생하면서, 식약처는 해당 성분을 마약류(향정신성의약품)로 지정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에토미데이트가 관리 사각지대에서 악용된 대표 사례는 최근 실형이 선고된 한 내과 전문의 사건에서 드러났다.

해당 의사는 5년간 ‘수면병원’이라는 이름으로 병원을 운영하며, 프로포폴 중독자 75명에게 5000회 넘게 에토미데이트를 주사제로 투여하고 총 12억원이 넘는 부당이득을 취했다.

법원은 “의사의 양심을 저버린 중대한 범죄”라며 징역 6년, 벌금 1000만원, 추징금 12억5000만원을 선고했다.

의사는 에토미데이트가 마약류로 분류되지 않는다는 점을 악용해 장부 작성, 보관 의무 없이 판매를 지속해 왔고, 진료기록도 남기지 않은 채 대면 없이 간호조무사에게 투약을 지시하는 방식으로 운영됐다. 해당 병원이 적발된 것은 에토미데이트 투약 환자가 다른 범죄로 체포되면서 수사 중 CCTV 영상에서 불법 투약 장면이 발견되었기 때문이다.
 

불법 판매·오남용 사례가 늘어난 것은 프로포폴이 향정신성의약품으로 지정되면서 엄격한 관리 대상이 되자, 비교적 구하기 쉬운 에토미데이트가 그 대체재로 떠오르면서다.

익명을 요청한 한 약대 교수는 “에토미데이트는 프로포폴에 비해 환각이나 호흡억제 위험이 낮은 것은 맞지만, 구토·경련·후두경련 등 부작용 발생 가능성이 크고 반복 사용 시 심리적 의존으로 이어질 수 있다. 그러한 중독자들이 더욱 큰 문제다”고 경고했다.

마약류안전관리심의위원회에 참가한 해당 교수는 “유흥가 주변에 오롯이 에토미데이트 투약을 위한 병원들이 운영됐고, 오남용 실태가 심각한 상황”이라며 “현금을 가방에 쌓아두고 약이 떨어질 때마다 돈을 건내며 추가 투약을 원하는 모습은 의료기관이라기 보다 아편굴에 가까웠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식약처 측도 에토미데이트를 마약류로 신규 지정하는 내용을 담은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시행령 개정안을 내며 "에토미데이트는 일부 의료기관에서 불법으로 투약하거나 오남용하는 사례가 있다"며 "국내에서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선제적으로 마약류로 지정하고 적극적으로 관리할 예정이다"고 밝힌 바 있다.

한편, 비브라운코리아 측은 에토미데이트리푸로주의 공급 중단일자를 2025년 11월 1일로 안내했다.

임태균 기자

기사입력 2025-04-23 12:00: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