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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부, 자동차손배법 시행령·규칙 개정안 입법예고…"부정수급 대책"
한의협 “의료적 판단체계 흔들…보험사 일방적 치료 지속 여부 결정”

대한한의사협회가 교통사고 경상환자가 8주 이상 진료를 받으려면 상해 정도 등 서류 제출을 의무화한 '자동차손해배상 보장법 시행령과 시행규칙 개정안' 철회를 촉구하고 나섰다(사진출처: 게티이미지).

교통사고 경상환자가 8주 이상 진료를 받으려면 보험사에 상해 정도와 치료 경과 자료를 제출하도록 의무화한 ‘자동차손해배상 보장법 시행령 및 시행규칙 개정안’에 한의계가 반발하고 나섰다. 자동차보험 진료수가 기준에 따라 관리해오던 의료적 판단 체계가 파괴된다는 지적이다.

국토부는 지난 20일 상해등급 12~14급에 해당하는 교통사고 경상환자가 상해일로부터 4주가 지난 후 의료법에 따른 진단서를 제출하지 않은 경우 ‘자동차보험 진료수가 지급 의사 중지·철회서’를 의료기관에 통보하도록 하는 자동차손배법 시행령과 시행규칙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또 경상환자가 8주 이상 치료 받길 원하는 경우 상해일로부터 7주 이내 ▲상해 정도와 치료 경과 ▲사고 충격으로 인한 상해 위험 수준 자료를 보험사에 제출하도록 의무화했다. 보험사 검토 결과에 환자가 이의 제기할 경우 보험사는 공제분쟁조정분과위원회에 심의·조정을 신청하도록 했다. 이는 정부의 자동차보험 부정수급 개선 대책 일환이다.

대한한의사협회는 23일 성명서를 내고 “겉보기에는 합리화 조치로 포장됐으나 실상은 보험사 비용 절감을 최우선으로 한 졸속 행정”이라며 “국민의 치료받을 권리를 정면으로 침해하는 반(反)의료적인 정책 개악이다. 자동차손배법 시행령과 시행규칙 개정안을 강력히 반대하며 즉각적인 철회를 촉구한다”고 말했다.

한의협은 “개정안이 시행되면 보험사는 해당 자료를 자의적으로 평가하고 진료비 지급 여부를 자체적으로 판단하는 ‘셀프 심사’ 체계를 갖추게 된다”며 “이는 자동차보험 진료수가 기준에 따라 의료기관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역할을 분담해 관리해오던 의료적 판단 체계가 파괴되고 보험사가 일방적으로 치료 지속 여부를 결정짓는 권한을 갖게 되는 것”이라고 했다.

한의협은 “결국 보험사는 비용을 더욱 줄일 수 있고 환자는 치료를 포기하거나 자동차보험이 아닌 건강보험을 통해 치료 받도록 유도되는 현실이 초래된다”면서 “이런 제도 개악은 자동차보험 본래 목적을 훼손하고 공공보험인 건강보험 재정에 부담을 떠넘기는 전형적인 책임 회피”라고도 했다.

한의협은 자동차손배법 시행령과 시행규칙 개정안 철회를 촉구하며 입법 저지에 나서겠다고 경고했다.

한의협은 “국토부는 새 정부 신임 장·차관이 부재한 상태에서 기습적으로 진행한 해당 개정안을 즉각 철회하라”며 “정부는 피해자 중심 의료 접근성과 국민 건강권 보장을 최우선으로 하는 공정하고 독립적인 진료심사 체계를 유지하라. 국토부는 의료단체, 시민사회·환자단체와 공개적 협의를 통해 사회적 합의 기반 제도 개편 절차를 마련하라”고 요구했다.

그러면서 “비상식적이고 보험사 이익만 보장하는 이번 개정안 입법 저지는 물론 향후 국민과 함께 국민 권리를 침해하는 불공정한 제도 개악에 끝까지 맞서 투쟁할 것임을 천명한다”고 했다.

김은영 기자

기사입력 2025.06.23 23: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