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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부 "초·재진 논란 이제 넘어설 때…함께 해법 찾자"
의료계 "명확한 기준부터…마구잡이 제도화 안돼" 지적

정부가 의료계에 비대면진료 제도 안착을 위한 새로운 전기 마련을 제안했다(ⓒ청년의사).
비대면진료가 6년째 시범사업을 맴도는 가운데, 정부가 의료계에 제도 안착을 위한 새로운 전기를 마련하자고 제안했다.

보건복지부 성창현 의료정책과장은 지난 7일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원이 '비대면진료 제도화의 문제점'을 주제로 연 의료정책포럼에서 "초·재진 허용 논란을 넘어 논의가 진일보해야 한다"며 "의료계가 비대면진료 임상 지침 마련에 나서 달라"고 요청했다.

초·재진 허용 범위를 둘러싼 논란이 계속 되는 가운데, "입법안이 늘 완벽하게 나오지 않는다"며 "(개선점에 대한) 논의가 중요하다. 정부도 대면 진료가 기본이며 편의성을 넘어 안전성과 효용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고 했다.

초 ·재진은 "임상 개념이 아니라 건강보험 측면에서 진찰료를 구분하는 행정적인 개념"으로 봐야 한다고 했다. 초진 허용에 대한 의료계 우려는 "불헙리한 비대면진료 요구는 의사가 진료를 거부할 수 있도록 입법으로 보완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시범사업 데이터를 토대로 비대면진료 성과와 과제를 평가할 계획"이라면서 "법제화가 필요한 영역과 행정 지침으로 해소할 수 있는 영역, 진료 지침으로 대응 가능한 영역을 구분하고 전문가와 정부가 함께 해법을 찾아나가자"고 했다.
 

의료계는 시범사업 성과를 반성하고 명확한 기준부터 세워야 한다고 했다(ⓒ청년의사).
의료계에서도 비대면진료 '표준진료지침' 마련 필요성을 강조했다.

가톨릭대 의료정보학교실 김헌성 교수(내분비내과)는 비대면진료 시범사업 수행평가를 바탕으로 "현재 비대면진료 가이드라인은 책임 소재를 다루는 행정 지침이 대부분이다. 임상 지침이 없다"며 "당뇨·고혈압 등 임상 전문 지침을 마련하고, 사전에 환자 관리용 프로토콜을 수립해 의료기관 간 공유가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단, 초진 허용 범위와 대상도 명확히 해야 한다고 했다.

김 교수는 "미국도 가이드라인에서 초진 비대면진료를 원칙적으로 제한하고, 대면진료 경험이 있는 환자를 우선 대상으로 한다"면서 "이런 명확한 기준도 없이 제도화를 진행하면서 마구잡이식으로 입법하면, 그간 의료계가 쌓아온 근거가 무너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제도화 논의에 앞서, 시범사업 전반을 돌아봐야 한다는 비판도 나왔다.

대한내과의사회 원격의료TFT 간사로 활동한 조승철 총무이사는 "비대면진료를 무조건 반대하지 않는다. 장점도 있다"면서도 "시범사업을 철저히 검증하고 반성하는 것부터 시작돼야 한다. 비대면진료 도입 필요성과 관련 의료사고 현황 등 정보도 공개돼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비대면진료가 대면진료의 대체가 아닌 보조 수단이라는 점과 초진을 허용해선 안 된다는 점을 명확히 해야 한다"며 "정부도 당국이 강조하는 적정진료와 의료 질 관리 차원에서 시범사업 공과를 평가하고, 지금 비대면진료가 과연 국민에게 질 좋은 진료를 제공하고 있는지 점검해야 한다"고 했다.
 

고정민 기자

기사입력 2025.07.08 06: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