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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약 갈등·밥그릇 싸움' 해묵은 프레임…환자 안전·편익 중심으로

제네릭으로 가득한 약국 약장. 약사공론DB

성분명 처방이 의약분업 이후 25년 만에 다시 본격적으로 공론의 장에 올랐다. 해묵은 '의약 갈등·밥그릇 싸움' 프레임도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성분명 처방은 그동안 약사사회가 숙원 사업으로 당위성을 주장해왔지만, 이번에는 단순히 직역 간 갈등을 넘어 국민적 설득과 공감대 확보라는 새로운 과제가 부각되고 있다.

지난 30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국민의 조제약 선택권 확대를 위한 성분명 처방 한국형 모델 도입 정책토론회’에서는 환자 중심의 단계적 제도 도입 방안이 제시됐다.

이번 토론회에는 여야 의원 5명이 공동 주최자로 참여해 성분명 처방 제도가 국민 건강권 보장과 의약품 수급 불안 해소를 위해 반드시 추진돼야 한다는 데 뜻을 모았다.

한 토론자는 코로나19 팬데믹과 계절 독감 유행 때 반복된 의약품 품절 사태를 지적했다. 당시 ‘아세트아미노펜’ 성분을 가진 타이레놀은 품절이었지만, 동일 성분의 다른 약은 충분히 있었음에도 환자들이 약을 구하지 못한 경험이 성분명 처방 필요성을 체감하게 했다는 것이다.

또한 제품명 위주의 처방은 동일 성분 중복 복용을 야기하고, 환자가 자신이 복용하는 성분을 알지 못해 부작용 위험에 노출되는 문제를 낳는다는 점도 지적됐다. 성분명 처방은 특정 품목 쏠림을 막고 환자가 적시에 의약품을 확보할 수 있도록 돕는 제도로 인식돼야 한다는 것이다.

국회 및 정부 관계자들은 “부분적으로 성분명 처방을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밝히며, “성분명 처방은 단순한 직역 갈등이 아니라 국민적 공감을 얻는 제도로 설계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이는 의사단체의 반대를 의식한 것으로 풀이될 수도 있지만, 결국 보험 정책의 목표가 환자와 국민이라는 점에서 방향성은 분명하다.

한편, 대한의사협회는 토론회에 맞서 성명을 통해 성분명 처방 강행을 “환자 안전을 내팽개친 채 의약분업을 파기하는 선언”이라 규정했다.

의협은 동일 성분이라도 약제별 차이로 환자 안전에 심각한 위해를 끼칠 수 있으며, 이는 의사의 전문적 진료행위를 침해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성분명 처방을 단순한 경제 논리로 추진하는 것은 국민 건강을 도박판에 올리는 위험한 발상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그러나, 성분명 처방의 본질은 환자 편익 확대에 있다. 제네릭 경쟁 활성화는 약가를 합리적으로 낮추고, 환자가 저렴하면서도 동등한 효과의 의약품을 선택할 수 있도록 돕는다. 시민사회는 “성분명 처방은 재정 절감 효과보다 국민의 의약품 접근성을 보장하는 제도적 장치”라는대 공감하고 있다.

또한 의협은 성분명 처방을 의약분업 파기로 규정했으나, 전문가들은 “성분명 처방은 처방권을 흔드는 것이 아니라 환자의 합리적 선택을 돕는 제도”라는 입장이다.

진단과 처방은 여전히 의사의 몫이며, 약사는 조제와 복약지도를 담당하는 원칙이 변하지 않는다. 오히려 상품명 처방은 의료기관?약국 간 종속 구조를 고착화하고, 불필요한 고가 제네릭 사용을 조장해 왔다는 점에서 개선 필요성이 크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논의의 핵심이 ‘의사-약사 갈등’이 아니라 국민 설득과 공감대 형성에 있다고 입을 모은다. 환자들이 직접 경험한 의약품 품절과 중복 처방 문제를 해결하는 데 성분명 처방이 어떻게 기여할 수 있는지 명확히 설명하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번 국회 토론회에서 확인된 흐름은 ‘의사-약사 갈등’의 장이 아니라 국민을 설득하고 신뢰를 얻어야 제도가 힘을 얻는다는 점이다.

실제로 환자들이 경험한 의약품 품절과 불편, 중복 처방 문제를 해결하는 데 성분명 처방이 어떻게 기여할 수 있는지 설득하는 과정이 제도의 성패를 좌우할 전망이다.

최재경 기자

기사입력 2025.10.01 12: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