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정보

임상고혈압학회, 추계학회서 반대 성명 시작…200부 시작으로 참여 확대

[의학신문·일간보사=이승덕 기자]“정부는 검체검사 개편이 불러올 의료계 악영향과 국민불편을 알아야 한다”

한국임상고혈압학회는 지난 30일 호텔 인터불고 대구에서 ‘2025년 추계 학술대회 기자간담회’를 개최하고 보건복지부의 ‘검체 위·수탁 제도 개편’에 대해 반대 서명서 200부 이상을 받았다고 밝혔다.

이혁 임상고혈압학회 회장(힘내라내과의원)<사진>은 이날 간담회에서 “내과계를 비롯한 검체위수탁 개편에 대해 의료계에서 많은 불안과 의구심을 갖고 있다”며 “의사협회에서 물밑에서 움직이고 있다고 하지만 들리는 이야기가 없어 불안한 상황”이라고 분위기를 설명했다.

이 회장은 “임상고혈압학회는 1개 학회이지만, 회원들의 뜻을 모아 검체검사 개선 방안에 대해 복지부에 일반 회원, 그리고 주변에 있는 환자·국민을 대상으로 서명운동을 시작해 약 200부 이상의 서명지를 받았다”며 “궁극적으로는 이 서명지가 건정심(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위원들에게 전달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번 추계 학술대회는 사전 신청 220명 중 200명 이상이 참가한 것으로 집계됐는데, 참가인원 대부분 반대서명을 작성한 셈이다. 이 성명지는 대한의사협회 범대위(범의료계 국민건강보호 대책특별위원회)를 통해 건정심에 전달될 예정이다.

복지부는 올해 10월부터 분리청구·지급 방식으로 바꾸고, 검사료 등과의 보상 중첩 문제가 제기되는 위탁검사관리료를 폐지하면서 검사료 내에서 배분비율을 조정하는 검체 위·수탁 개편을 추진하고 있다.

정부는 이번 개편이 현행 검체검사 위·수탁에서 기관 간 개별계약·상호정산이 이뤄져 나타난 문제점들(검사료 할인·담합 등 불공정 계약과 과잉 가격경쟁, 검사 질 저하, 환자 안전 위협, 보상체계 왜곡)을 개선하기 위한 것이라고 취지를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의료계에서는 이번 개편이 정부 의도와는 정반대로 환자 불편과 진료비를 가중시키고 의료질서를 무너뜨릴 수 있다고 여러 차례 경고하고 있다.

검체검사 개편을 비판하는 플랜카드가 걸려있는 추계학술대회장(왼쪽)과 복지부 검체검사 개편 반대 서명서

대한산부인과의사회는 지난달 10일 성명서를 내고 정부의 검체검사 개편이 강행되면 산부인과 의원이 검사를 하면 할 수록 손해를 보는 기형적 구조에 내몰려 가임기 여성과 임산부가 기본적 진료도 받기 어려운 환경을 만들 것이라고 우려했으며, 직선제 대한산부인과의사회도 같은 날 성명을 내고 정부 검체검사 강행 시 일차의료기관은 검사·처방을 중단할 수 밖에 없다고 밝혔다.

대한류마티스내과학회도 성명을 통해 검체검사 체계 개편은 환자의 연속적 진료와 진단의 정확성, 검사 결과 해석의 책임 구조가 흔들리지 않도록 충분한 검토와 단계적 조정이 필요하다고 했으며, 대한비뇨의학과의사회도 같은 달 23일에 기자간담회를 열고 검체검사에서 발생하는 관리료와 마진으로 병의원을 운영해온 비뇨기과가 이번 개편으로 사라질 수도 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혁 회장은 “내년도 상대가치 개정을 통해 검체수가에 대해 정부가 주장하는 퍼센트까지만 배분한다면(수탁:위탁=9:1) 의료계 전체의 공멸을 가져올 수도 있고, 정부가 원하는 검체 수가 예산 절감을 가져올 수는 있겠지만, 지난 의대증원 2000명과 같이 아무도 모르는 추가 사망자라는 개념이 다시 도입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검체 채취와 검사 청구 주체가 분리되면서 환자 정보 의 이동과정에서 질병 정보 노출 위험이 확대되며, 검사 오류 발생 시 채취 기관과 검사 기관 간 책임소재가 불분명해 신속한 대처가 어려워져 피해는 환자에게 돌아간다는 것.

또한 제도가 시행될 경우 환자는 진료비와 검사비를 이중으로 결제해야하는 번거로움을 겪게 되는데, 이는 불필요한 행정비용 증가로 이어져 결국 국민 의료비 부담을 상승시킨다는 설명이다.

김동석 임상고혈압학회 고문(서울산부인과의원)은 “검체수탁문제가 상당히 큰 이슈인데, 의협이 대회원 서신에 정부 입장을 받아들이고, 복지부에서 추후 보상을 하겠다고 했는데 이에 대한 큰 불만이 있다”며 “일단 시행하고 보상을 한다는 것이 제대로된 보상을 할 지 의구심이 든다”고 말했다.

이어 “물론 물밑협상에서 공개하지 못할 사안도 있겠지만, 협상안이 무엇인지 모르는 회원들은 불안할 수 밖에 없다”며 “협상안을 명문화·문서화해 이를 담보받아야 한다. 잘못하면 부도날 어음을 받는 셈”이라며 “현재 회원들의 실망감이 상당이 크다. 의협이 일을 허투루 처리하지는 않겠지만, 불안이 계속되고 있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일중 명예회장(김일중내과의원) 역시 “의협이 좀더 강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의협 측에서) 한달 정도 기다려보자고 말하고 있어 의협과 범대위 추진을 지켜보긴 하겠지만, 회원들의 어려움과 불만은 점점 더 심해지고 있다”며 “지난 의료대란 이후로 정부 시책이 개워가 죽이기로만 포커싱된 것이 아닌가 우려된다”고 짚었다.

김 회장은 “세계에서 가장 좋은 의료제도, 값싸게 진료받고 곧장 전문의에게 갈 수 있는 아름다운 제도가 무너지고 있다”며 “필수과 몰락으로 가고 있는데 이를 회복할 길이 보이지 않는다”고 언급했다.

이승덕 기자

기사입력 2025.12.01 06: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