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정보

응급의료법 개정안 통과 “현장 보호 위한 의미 있는 진전” 평가
관리급여 추진 ‘법률유보 원칙 위반’...“전면 재논의 필요”

[의학신문·일간보사=김현기 기자] 의료계가 응급의료종사자 보호를 위한 법 개정을 환영한 반면 관리급여 추진과 비대면진료 제도화 과정의 경우 절차적 정당성, 현장 혼란을 우려하며 제도 재검토를 요구했다.

대한의사협회 김성근 대변인<사진>은 4일 정례브리핑을 통해 최근 국회와 정부에서 진행된 주요 보건의료 입법 및 정책 변화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의료현장의 현실을 반영한 개선을 촉구했다.

이날 김성근 대변인은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된 응급의료법 개정안에 대해 “현장의 의료진을 보호하고 응급의료 사각지대를 해소하는 의미 있는 진전”이라고 평가했다.

이번 개정안에는 ▲응급의료 방해 행위의 범위 확대 ▲응급의료종사자 폭행 처벌 장소 확대(응급실 외 영역 포함) ▲가해자 처벌 강화 등이 포함됐다.

김 대변인은 “법안 발의와 통과 과정에서 애써준 국회의원들과 의료계 관계자들에게 감사하다”며 “소방청과의 협력 체계를 강화해 응급실 수용불가 문제 등 구조적 문제 해결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의협은 정부가 ‘관리급여’ 항목을 법적 근거 없이 시행령으로 신설·확대하려는 움직임에 대해 강하게 우려했다. 관리급여는 본인부담률 95%의 사실상 비급여 통제 수단으로, 환자 진료 선택권과 의사의 전문적 판단을 침해한다는 지적이다.

김 대변인은 “사회적 편익 제고 등 정부가 제시한 선정 기준은 의학적 근거가 불명확하고 자의적 해석 가능성이 높다”며 “객관성과 합리성이 부족한 제도”라고 비판했다. 특히 실손보험 정책 실패 부담을 의료현장에 떠넘기는 조치가 아니냐는 것.

김 대변인은 “이미 비급여에 대한 자율적 규율을 위한 ‘예비지정제’ 대안을 제시했으나 정부가 이를 수용하지 않았다”며 “관리급여 도입을 철회하고 충분한 논의가 가능한 협의 구조를 재정비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와 함께 비대면진료 제도화와 관련 의협은 ‘닥터나우 방지법’으로 알려진 약사법 개정안이 본회의 안건에서 제외된 데 대해 아쉬움을 표했다. 해당 개정안은 플랫폼 업체의 약국 리베이트 수수 금지를 명시한 내용으로, 비대면진료 시장의 무분별한 상업화와 약국 간 불공정 경쟁을 막기 위한 장치였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김 대변인은 “비대면 중개 플랫폼 난립은 환자 유인, 약 오남용 등 국민 안전을 위협하는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며 국회에 조속한 입법을 촉구했다.

반면 비대면진료 시 약 배송 허용 범위가 확대된 점에 대해서는 환자 접근성 향상 측면에서 긍정적 평가를 내렸다. 특히 고령층·만성질환자 등 취약계층의 편의 증진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김 대변인은 “약 배송이 플랫폼 중심의 상업화로 흐르지 않도록 제도적 안전장치가 필요하다”며 처방·조제·복약지도가 의학적 판단을 중심으로 운영돼야 한다고 강조했다.